며칠 전 김미경이란 여자 강사가 무릎팍 도사에 나온 것을 보았다. 대답한 입심이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강연으로 엄청나게 돈을 번 사람인 모양이다. 이 분이 하는 강연은 이런 저런 제목으로 엄청난 양의 분량이 있지만, 내용은 거의 비슷해서 하나만 들으면 모든 것을 다 들은 셈이라는 평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결론이다. 사실 이런 분들은 가수가 노래를 부르듯이, 일종의 엔터테인먼트로 강연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거기서 이떤 대단한 교훈이나 가르침을 찾으려는 기대 자체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그냥 재미나게 들으면 된다. 뻔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도움이 될만한 부분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런 사람은 매스컴에서 우려먹기 좋은 우리사회의 어떤 성공신화를 보여주고 있는 셈인데, 거기에 편승하여 마치 거기서 삶의 새로운 지혜를 얻거나 인생의 큰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과장하는 태도가 더 문제이다. 그것이 심해지면, 본인 스스로도 자신이 어떤 대단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되고, 지나친 자신감은 안하무인의 건방으로 바뀔 수도 있다.

 

아래의 기사가 그런 조짐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런데 김미경의 답변은 소위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라는 전형적인 오류 논증에 기초하고 있다. 김미경이 비판하고 있는 그 어떤 사람은 '인문학 서적'과 '자기개발서'를 구분하는 사회적 관행이나 언어적 용법을 따르고 있다. 서점에 가도 '자기계발서'라는 범주는 별도의 서가에 따로 모아져 있고, 그것이 어떤 책들을 지시하는 가에 대한 대단히 단단한 사회적 관습이 존재한다. 물론  '자기계발'이란 일반적 개념이 꼭 그러한 책의 전유물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얼마든지 인문학 서적을 통해서도 자기계발을 할 수 있다. 아니 어쩌면 더욱 반성적이고 올바른 형태의 자기계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질문자의 의도도 그런 취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김미경은 자기계발이란 말의 일반적인 일반적 의미에 기대어, '자기계발서'의 범주를 재정의하고 거기에 인문학 서적도 포함시켜 버린다. 그렇다고 해서, 애초의 질문자가 말하는 구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김미경은 전형적인 애매어의 오류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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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

'스타강사' 김미경이 지난 1월 tvN '김미경 쇼'에서 한 발언이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18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는 지난 1월 18일 방송된 '김미경 쇼'의 2회 방송이 업데이트 됐다. 이날 방송에서 김미경은 "어떤 사람은 가끔씩 이런 이야기를 한다. 저는요 자기 개발서 같은 거 안 읽어요. 저는요 인문학 서적 읽어요"라고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에 김미경은 "어디 갔다 쓰려고? 인문학 서적은 왜 읽는데"라고 반문하자, 그 학생은 "잘 살고 싶어서요"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미경은 "인문학 서적 실컷 읽어서 인문학 서적이 내 머리로 들어오고 내 머리로 들어와서 내 몸과 그 지식이 치열하게 소통하면 한 방울의 지혜로 남아. 인문학은 지혜 만들기 위해서 읽는 거라고"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 사람의 지혜가 300페이지의 책으로 써지면 그가 자기개발을 해 온 것이고 그게 자기개발서적이야. 근데 안 읽는다고? 웃기고 있어. 시건방 떨고..."라며 청중 앞에 과감한 말을 던졌다.

Posted by dean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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