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과 목표

인류는 바야흐로 자신의 진화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하였다. 본 강좌는 과학기술을 통한 인간 혹은 인간 생명의 변형 및 향상과 관련한 윤리적·도덕적 쟁점들을 검토하고 성찰한다. 유전자 조작이나 생명연장 기술, 물질의 구조를 통제하는 분자 나노기술, 인간의 지능을 훨씬 능가하는 슈퍼지능, 우리의 신체나 정신을 대행하는 다양한 디지털 프로스테시스와 같은 첨단 과학기술들은 인간의 마음, 인간의 신체, 인간의 본성을 변형시키고 향상시키는 기술들이다. 이러한 기술들의 출현은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구성하는 전통적 범주들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드는 동시에, 오늘날의 인간을 과거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윤리적 지평 위에 놓이게 한다. 약물이나 프로스테시스 기술의 사용을 통한 육체적·정신적 능력의 향상, 줄기세포에서 만들어지는 인공장기, 유전자의 조작이나 선택을 통한 맞춤 아기의 출산, 인체 냉동 보존술(cryonics)이나 전자적인 업로딩과 같은 영생의 시도와 같은 것들이 오늘날 우리가 윤리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맥락들이다. 현대 과학의 이러한 성과가 인간 본성이나 생명의 이해와 관련하여 어떠한 함축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이로부터 어떠한 윤리적 문제들이 파생하는지를 검토하고 거기에 대응하는 방안을 고민해 본다.

 

2. 교과 내용

21세기 인류의 문화를 규정짓는 핵심 아이콘은 과학 기술이다. 그런데 과거의 과학기술들이 일차적으로 인간을 둘러싼 외부 환경을 바꾸고 개선하는 기술들이었다면, 현재의 기술들은 인간의 외형이나 육체, 마음의 구조 그리고 수행가능한 일의 범위를 근본적으로 변형시키는 것들로서 인간의 본성을 바꾸고 향상시키려는 기술들이다. 인간 향상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소위 BNIC(Bio-, Nano-, Information-technology and Cognitive Science) 기술들은 곡선의 형태를 그리며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많은 미래학자들은 이제 인류가 스스로의 결정을 통해서 자신의 진화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대부분은 그러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직접 체험하기 힘들며, 그 결과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가져올 변화의 의미나 잠재력에 대해서도 충분한 주의나 반성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이는 우리가 변화를 완만한 직선의 선형적인 방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인류 역사 대부분의 기간 동안에 사람들이 자신의 일생동안에 세계에 급진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경우란 거의 없었다. 최근 몇 십 년 동안 일어난 변화는 사실상 인류의 출현 이래 수만 년 동안 일어났던 변화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변화였다. 말하자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를 제외하곤, 사람들이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에 세상은 거의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시에 인류역사를 반성적으로 되돌아보면, 기술의 변화나 혁신은 그것에 수반하는 문화나 가치의 변화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됨을 알 수 있다. 농경이나 문자의 출현은 물론이거니와 17세기 과학혁명이나 18세기의 산업 혁명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것을 반영한 삶의 형태나 가치규범에 적응하기까지에는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세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문제는 향후 전개될 과학기술의 발전 양상이 지금까지의 변화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며, 우리 인간의 삶의 양식, 사고방식, 문화, 의미, 가치 등에도 훨씬 더 급진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첨단 기술의 도움을 빌어서 소위 포스트 휴먼으로 나아가는 급진적 진화의 길을 선택할지, 아니면 현재의 생물종으로서의 인간을 보존하는 다른 길을 갈지는 아직 우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문제이다. 과연 이러한 급진적 기술의 개발이나 발전을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방임해 두어도 좋은가? 아니면 국가적이거나 국제적인 공조를 통하여 그러한 기술의 개발이나 적용에 모종의 제동을 걸어야 하는가?

본 강좌는 학생들에게 지금 진행되고 있는 생명과학, 두뇌과학, 인지과학과 같은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 내용이 무엇인지를 교양 수준에서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그것들이 인간성(humanity) 혹은 인간 생명의 이해와 관련하여 어떠한 함축을 갖고 있는지를 이해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더불어 그러한 이해의 바탕 하에서, 첨단 과학 기술의 현실 적용에서 파생되는 윤리적 쟁점들을 소개하고, 이들 쟁점들에 대하여 학생들 스스로 반성적 성찰을 통한 자율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다.

 

3. 교재 및 참고문헌

* 아래의 책들 중에서 필요한 내용을 지정하여 읽을 것임. 기타 추가적으로 필요한 읽을거리는 수업 중에 소개할 것이다.

생명의 윤리를 말한다(The Case Against the Perfection), 마이클 샌델, 동녘(2007)

부자의 유전자 가난한 자의 유전자(Our Posthuman Future: Consequences of the Biotechnology Revolution), 프랜시스 후쿠야마, 한국경제신문사(2003)

융합시대의 기술윤리, 이상헌, 생각의 나무(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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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 자유 vs 과학적 자유: 의료현장에서 살펴본 과학과 인문학의 소통 불가능한 구조에 대한 탐구, 이승범, , 우물이있는집 (2012)

영화 속의 바이오테크놀로지, 박태현, 생각의 나무(2009)

인간의 미래, 라메즈 남 (남윤호 역), 동아시아 (2007)

특이점이 온다, 레이 커즈와일 (김명남, 장시형 역), 김영사 (2007)

급진적 진화: 과학의 진보가 가져올 인류의 미래, 조엘 가로, 지식의 숲(2007)

포스트휴먼과의 만남, 도미니크 바뱅, 궁리(2007)

인간이라는 자연의 미래, 위르겐 하버마스(장은주 역), 나남출판 (2003)

신경윤리학이란 무엇인가(뇌과학 인간 윤리의 무게를 재다),닐 레비, 바다출판사(2011)

뇌과학 경계를 넘다, 신경인문학 연구회, 바다출판사(2012)

내츄럴-본 사이보그, 앤디 클락, (근간)

도덕 철학의 기초, 제임스 레이첼즈 (노혜련, 김기덕 역), 나눔의집(2006)

 

4. 수업방법 및 활용매체

핵심적인 개념 및 내용에 대한 강의

조별 발표와 토론

영화감상 및 감상문(보고서) 작성

 

5. 성적평가방법 및 기준

출석 및 수업참여도 10%, 조별 발표 30%, 보고서 10%, 중간고사 30%, 기말고사 20%

출석평가는 감점방식을 취한다. 세 번의 지각은 1번 결석으로 간주한다. 두 번째 결석부터 시간당 1점씩 감점하고 지각은 0.3점씩 감점한다. 일정 회수 이상 결석하면 F를 준다. 특별한 개인 사정으로 인하여 교수에게 사전 허락을 받은 결석은 감점되지 않는다.

수업의 활기와 내실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수업참여도 점수를 별도로 부여한다.

 

6. 강의내용

* 학기 초반부에는 교수의 강의에 의존하지만, 학기의 후반부는 주로 학생들의 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될 것이다. (강의의 순서와 내용은 강의의 진행에 따라 바뀔 수 있다.)

 

1-3(강의): 강의 소개 및 현대과학기술의 현황

강의의 목표나 진행에 대한 일반적 소개와 더불어, BNIC기술의 발전 현황을 소개하고 그것들이 인간성에 대한 규정이나 인간 생명 가치의 이해에 갖는 함축들을 설명한다.

 

4-6(강의): 윤리적 접근의 기본 입장들

- 칸트(절대적인 규칙), 공리주의, 덕윤리학

일상적 도덕 판단의 배후에 깔려 있는 근본적인 윤리적 원리들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소개하고, 각 원리의 장점과 단점들에 대하여 이론적으로 설명한다. 대표적으로 칸트의 윤리이론, 공리주의, 덕윤리학 등의 입장을 소개한다.

 

7-9(강의): 인간 향상에 대한 윤리적 논쟁: 트랜스휴머니즘 vs 생명 보수주의

과학기술이 초래할 인간의 변형 및 향상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대표적인 입장들을 소개함으로써, 학생들이 특수 쟁점들에 접근하기위한 준거점을 제공한다.

트랜스휴머니스트는 과학 발전의 성과를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여 개인은 자유롭게 자신의 근본적 변형을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 - Nick Bostrom, Julian Savulescu

생명보수주의자는 인간의 생물학적 조건을 근본적으로 변형시켜서는 안 되며, 인간 본성의 변형에 대한 생의학적인 개입의 금지를 주장. - Jurgen Habermas, Michael Sandel, Francis Fukuyama

 

10-15(발표 및 토론): 인간 향상의 윤리적 쟁점들

첨단 과학기술이 적용되는 여러 개별적 사례들에 대해서 학생들이 조별로 토론함으로써, 강의를 통하여 배운 여러 도덕적 개념과 원칙들을 실제로 적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주제들에 대하여 토론을 진행할 수 있다.

 

인간 복제
- Never Let Me Go, 2010 (네버 렛 미 고); The Island, 2005 (아일랜드)

유전자 조작이나 선택을 통한 맞춤 아기의 탄생
- Gattaca, 1997 (가타카); My Sister's Keeper, 2009 (마이 시스터즈 키퍼)

약물을 통한 인지적, 정서적, 도덕적 향상
- Equilibrium, 2002 (이퀼리브리엄); Limitless, 2011 (리미트리스)

(디지털) 프로스테시스와 사이보그 대행자
- Avatar, 2009 (아바타); Surrogates, 2009 (써로게이트)

인간 향상과 스포츠 윤리
전자적 업로딩
- The Matrix, 1999 (매트릭스)

BioArt와 관련된 윤리적 쟁점

cryonics

- Demolition Man, 1993 (데몰리션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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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인간다움의 조건
이방인 / 기계의 진화 / 인간의 지위 / 영화에서 제기된 문제들 / 새로운 족의 탄생?! / 관점의 전환 / 해결해야 할 과제

2장. 나는 생각한다. 고로 인간이다?
문제의 본질 / 이율배반 / 왜 두뇌는 안 되는가? / 정신의 부활 / 정신과 물질 / 유기체적 세계관 / 패러다임의 전환 / 정신이 물질과 달라 보이는 이유들 / 정신이 곧 물질? / 왜 이원론인가? / 인간 지위의 몰락 / 진화론적 세계관 / 진화론의 보완

3장. 물질은 생각한다!
정신과 두뇌의 관련성 / 시장의 우상 / 데카르트의 유산 / 문제 해결의 단서 / 마음과 몸은 같다 - 동일론 / 실체와 성질 / 마음과 몸은 유형이 서로 같다 / 치명적 결함 / 두뇌의 유연성 - 환상지 / 기능주의라는 새로운 대안 /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 복수실현가능성 / 유물론으로서의 기능주의 / 수반논제 / 인공지능 / 인공지능의 정의 / 강한 인공지능과 약한 인공지능 / 퍼지이론 / 기계적 세계관의 완결 - 잠정적 중간 결론 / 계산을 통한 정신 이해의 역사 / 쉬어 가는 내용

4장. 인공지능, 생각하는 기계의 등장
컴퓨터란? / 원조 컴퓨터 / 복잡한 생각을 단순하게 / 형식논리학 / 의미의 문제 / 의미의 기호화 / 타인의 마음 / 튜링 테스트 / 중국어 방 논변 / 시스템 반박 / 사유시럼은 신뢰할 수 있는가? / 인공지능은 상식을 필요로 한다 / 연결주의 / 학습 가능성과 로봇의 진화 / 계산주의의 실패?

5장. 로보 사피엔스, 친구인가 적인가?
과학의 지위 / 과학의 오용 / 흄의 길로틴 / 과학의 계몽적 역할 / 도덕의 자율성 / 도덕적 패러다임의 전환 / 진화론과 동물의 권리 / 도덕적 수혜의 조건 / 감각질의 문제 / 전도된 스펙트럼과 철학적 좀비 / 감정 / 푸른요정을 찾아서 / 감각의 본성 / 감정의 기능 / 도덕적 행위와 인간 존엄의 조건 / 왜 이성인가? / 본성으로서의 도덕 / 이성과 도덕 / 새로운 차원으로서의 비상 / 결론 / 사족

6장. 생물 이후의 시대
인공지능의 꿈 / 왜 인공지능을 꿈꾸는가? / 기술 문명의 디스토피아 / 마음의 아이들 / 자비로운 매트리스 / 우리의 선택

더 읽어볼 만한 책들



출판사 서평


인공지능의 꿈 

“푸른 하늘 저 멀리 랄랄라 힘차게 날으는 우주 소년 아톰”이 살던 시대는 지난 2003년 4월이었다. 1952년 SF만화 캐릭터로 태어난 로봇 아톰이 만화 속에서 활동하던 미래는 이미 지나가 버렸다. 우주를 날며 외계의 적들을 물리치던 소년 아톰의 나이는 벌써 56세가 됐지만 아톰은 여전히 아담한 크기의 꼬마다. 늙지 않는 아톰에게 꿈이 있다면 무엇이었을까? 한때 아톰은 자신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다. 그 고민은 어린이의 영원한 친구 피노키오의 고민과도 같은 것이었다. 바로 피노키오와 아톰 모두의 꿈이기도 한 인간이 되는 것.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는 인간이 되기 위해 푸른 요정을 찾아 나선다. 도대체 인간의 기준은 무엇일까? 힘이 센 것이 기준이라면, 아톰보다 더 인간적인 존재가 있을 수 있을까? 거짓말을 할 줄 아는 능력이나 슬픔을 느낄 수 있는 능력, 그도 아니면 꿈을 갖는 게 그 기준이라면 피노키오보다 더 인간적인 인간이 있을까? 1982년 영화 <블레이드 러너>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레플리컨트를 통해 인간의 조건이 무엇인지 묻는다. 21세기의 인류가 대답해야 할 질문, 인간처럼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지능을 무엇이라 부를 것인가? 

인간의 몰락―생각을 하는 것은 정신이 아니라 물질?! 

지금까지 수천 년의 시간을 살아오면서 인간이 받아들여야 했던 몇 가지 진실들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지동설과 진화론일 것인데, 이러한 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는 이미 역사를 통해 알려져 있다. 토마스 쿤은 이러한 충격을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불렀다. 패러다임이 전환하는 혁명의 시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혼란기에 빠졌는데, 그것은 세상의 중심에 서서 스스로의 존재감을 외쳐왔던 인간의 지위가 하나씩 추락했음을 인정해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제 인간이 원숭이와 먼 친척뻘이라는 진화론에 이어, 마징가Z와 아톰이 인간의 친구를 넘어 후손이 될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만 할 것 같다. 데카르트 이후 근대 철학은 끊임없이 인간 정신의 본성이 무엇인지를 두고 고민해왔다. 20세기에 등장한 컴퓨터는 인간 정신 역시 물질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 주었다. 만약 우리가 튜링의 예언처럼 인간과 구별 불가능할 정도로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아마도 인간 정신은 자신의 특별한 지위에서 다시 한 번 물러나야 할 것이다. 

로보 사피엔스,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 

자연적 인간에게 생명은 한 번 뿐이다. 그래서 영원한 생명은 신화시대로부터 과학시대까지 관통하는 인간의 숙제였다. 만약 우리가 유기적 신체 장기를 기계 장기로 교체하고, 마침내 자연적인 신체보다 훨씬 관리가 수월한 기계적 신체로 우리 몸을 바꿀 수 있다면, 그래서 어느 순간엔가 우리의 기억을 담고 있는 뇌도 수시로 수리 가능한 기계로 바꿀 수 있다면, 그래서 영생을 꿈꿀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인류 역사에서 최초이자 가장 심각한 실존적 선택의 문제일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로봇을 그 이름의 뜻 그대로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전자제품쯤으로 생각해왔다. 그래서 인공지능의 목표 또한 자연지능, 즉 인간의 지능을 모사하는 것이었다. 이 책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의 앤드류가 “봉사하는 것은 언제나 저의 기쁨 입니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그것은 바로 인간의 착각이자 로망이 아닐까? 영화 <에이 아이>의 결말부분이나 <매트릭스>의 상황이 그저 ‘공상과학’이라고 누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생물 이후의 시대 우리의 선택 

과학과 기술의 발달은 생명의 본질을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서고 있다. 마침내 그 수수께끼가 풀리고, 인간의 조건마저도 통제할 수 있는 시점이 온다면, 우리는 모든 것을 새롭게 물어야 한다. 무엇이 인간적인 것이고, 또 그런 인간에게 행복의 조건은 무엇이고, 삶의 목적은 무엇인지, 낡은 패러다임 안에서는 의문시되지 않던 것들이 갑자기 새로운 의미를 갖고 중요한 질문으로 등장한다. 페미니즘 학자 도나 해러웨이는 사이보그가 되겠다고 선언한다. 사이보그는 남자도 여자도 아니기 때문이다. 창조의 나날들 중에 하느님은 아담에게 살아 있는 피조물들에게 이름 붙이는 권리를 허락하신다. 이름 붙임은 이름 붙이는 자의 지배적 권리의 증거이다. 그렇게 인간은 창조된 세상의 주인이었다. 아주 오랜 세월동안. 

과연 인간은 계속해서 지구를 지배할 수 있을까? 

급진적인 심층생태주의자들은 인간이야말로 지구 환경에 치명적인 부담을 안겨주는 존재라고 말한다. 전 지구적 멸종상태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인간의 생존방식이 지목되곤 한다. 하지만 인간인 이상 그런 부담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간은 무익한 지배자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인간보다 더 잘 생각하고, 인간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에너지 이용체계를 가진 우리의 기계적 후손이 가능하다면, 그들에게 우리의 권리를 양도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은 아닐까? 다시 한 번 묻게 된다. 과연 인간은 계속해서 지구의 주인으로 남아 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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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donga.com/3/all/20120531/46642214/1

인간은 새로운 몸 원해… 마음을 기계로 옮길 것

■ 이화여대서 ‘인간과 기계… 포스트휴머니즘’ 학술대회

칼이나 방패를 ‘신체의 확장’으로 여기던 시대와는 달리 이제는 기계와 인간이 ‘결합’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팔다리에 맞춘 장비를 입으면 몇십 배나 힘을 강화시켜 주는 장치가 개발되는가 하면 아이팟을 편리하게 쥐기 위해 손바닥 피부 안쪽에 자석을 이식하는 예술가도 나왔다. 기계와 인간의 결합은 궁극적으로 인간과 같은 도덕적 감정을 가지는 컴퓨터를 지향하고 있다.

인체로의 기계 침투가 가속화되면서 부딪히게 되는 쟁점들을 짚어보는 국제학술대회가 국내에서 열린다.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원장 장미영)이 6월 1, 2일에 이화여대 LG컨벤션홀에서 여는 ‘인간과 기계―기술, 문화, 예술에서의 포스트휴머니즘’ 학술대회다.

인간은 오늘날 기계적 기술뿐 아니라 유전자 조작 같은 생명공학 기술을 통해 근본적인 인간 변형의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자신의 신체나 정신을 마음대로 선택하고 변형해도 좋을까. 

마이클 하우스켈러 영국 엑스터대 교수는 미리 배포한 ‘뒤죽박죽인 신체들―성형수술에서 정신 업로드까지’ 발표문을 통해 인간은 자신의 욕구와 그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현실 간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몸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인간은 가능한 한 오래 살기를 희망하지만 몸은 그에 따르지 못하므로 새로운 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인류가 가진 몸에 대한 오래된 관점, 즉 ‘잘 설계된 걸작’이라는 인식은 폐기된다. 하우스켈러 교수는 앨런 뷰캐넌의 ‘인간 유기체는 극도로 취약하게 설계되었기 때문에 인류가 살아남고자 한다면 이를 개선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인용하며 그 개선의 궁극적 형태는 마음을 신체(기계)로 옮기는 ‘마인드 업로드’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간의 정신마저 컴퓨터로 대체된다면 존엄성의 문제는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개선된 인간’의 존엄성 문제에 대해 슈테판 로렌츠 조르그너 독일 에를랑겐뉘른베르크대 교수는 ‘견고한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인간, 유인원 그리고 컴퓨터의 도덕적 지위에 관하여’ 발표문에서 “컴퓨터가 의식의 한 유형을 발전시킨다면 컴퓨터 또한 적절한 도덕적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인류가 마주칠 과제에 대해 줄리언 사불레스쿠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미래의 요구―도덕적 능력의 생명공학적 향상의 필요성’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문에서 “첨단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도덕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인류는 과학기술을 이용해 지금까지 우리의 사회적 환경과 자연환경을 급진적으로 변형시켜 왔지만 우리의 도덕적 기질은 사실상 변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미 존재하는 무기나 핵무기로 지구상의 생명체를 모두 멸종시킬 수 있음에도 인류의 도덕적 능력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한 도덕 교육을 통해서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유전학과 신경생물학에 대한 인류의 지식은 동기부여에 관한 직접적인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단계에 있으므로, 전통적인 도덕 교육을 ‘보완’하기 위한 방편으로 도덕적 능력을 생명공학적으로 향상하는 기술을 본격 탐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포스트휴머니즘’으로 대변되는 인간과 기술 사이의 여러 쟁점을 ‘과학, 기술, 예술에서 인간 신체의 변형’, ‘인간 향상의 윤리적 쟁점’, ‘예술에서 포스트휴먼의 재현’, ‘인간 존재론에 대한 포스트휴먼적 영향’ 등 주제로 나눠 9명의 학자가 발표한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blog_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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