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과외로 생긴 목돈이 있어 베이어 다이내믹스 t5p헤드폰을 구입하였다. 교보 첨음 매장에서 들은 t1의 소리를 잊지 못하고 있다가, 그 동생 뻘로 나온 t5p를 지른 것이다. t1보다 가격이 조금 싸게 형성되어 있고, 아이폰과 같은 소형기기에 직결이 가능하다는 것이 매력이었다. 전철타고 다니면서 쓸 요량으로 구입했지만 그러기에는 사이즈가 너무 커서 결국 연구실에 거치해 놓고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기대했던 것보다  이 놈의 소리가 마음에 쏙 들지는 않는다. 처음에 집에서 사용하던 grado rs1과 비청을 해보고 소리가 너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깜짝 놀랐다.

일단 udac2hp라는 소형 dac 를 연결하여 들어보았지만 크게 개선이 되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udac2에 대한 평이 좋아 샀는데 그렇게 좋은 줄을 모르겠다. 인터넷을 뒤지니 스베트라나2라는 프리 겸용 진공관 헤드폰 앰프에 대한 소문이 자자하다. 이 놈을 들여야만 문제가 해결될까? 그런데 이 놈의 가격이 130만원이다. 허걱.

그러던 차에 udac2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나왔고, 성능이 udac2와는 한 차원 다른 소리를 들려준단다. 내친 김에 숙제하는 기분으로 집에 묵혀두었던 루비dac과 집에서 든는 Grado RS1을 학교로 가지고 와서 본격적인 비청을 했다. 그 사이 t5p도 어느 정도 에이징이 되었는지, grado와 비교해 들어도 소리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가격으로 보면 t5p가 더 나아야 하지만.) 소리는 t5p가 훨씬 더 단단하고 정갈하지만, 밀페형이어서 그런지 공간감이 떨어진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음악을  편하게 듣기에는  그라도가  더 좋다. t5p는 소리는 좋지만 왠지 긴장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발견 하나. 그간 별로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udac2의 해드폰단이 루비의 헤드폰단보다는 한 수 위이다. 루비는 뭔가 채색된 소리처럼 들리고 소란스러운데 비하여, udac2의  소리가 훨씬 명료하고 차분하다. udac2+t5p만 들었을 때에는 그런 생각을 전혀 해보지 못했는데. 갑자기 udac2se를 들어보고 싶은 욕구가 용솟음친다. 33만원에 공동구매하는 사이트에서 거의 클릭 직전까지 갔다가, 네이버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26만원짜리 물건이 하나 나와 있음을 발견했다. 비오는 날 오후 전철을  타고 시청역으로 가서 그 놈을 물어왔다.

떨리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 드디어 비청. 처음 터져 나오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udac2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좋은 소리가 난다. '심봤다.' 마우스보다 더 작은 놈에게서 저런 소리가 나오다니. 시간 가는줄 모르고  늦은 저녁 내내 음악을 들었다. 스베트라나2의 유혹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 udac2se만으로도 한동안은 버틸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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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ean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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