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삼아 메리디안 익스플로어를 들였던 것이 계기가 되어 판이 커져 버렸습니다. 원래는 메리디안을 출장용으로 쓰는 동시에 코드 투칸에 물려 사용하려고 했는데, 투칸에 물린 메리디안의 소리가 들으면 들을수록 신통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메리디안에 직결한 소리는 의외로 너무나 휼륭한 소리가 났습니다. 약간의 튜닝이 된 소리인데, 잔향이나 배음이 풍부하고 전체적으로 강약이 선명하게 강조되는 소리입니다. 이것에 비하여 투칸을 물리면, 힘은 붙지만 소리를 평면적으로 만들어버립니다. y케이블의 문제인 것 같아서, 급기야 블라델리우스를 투칸에 물려보았습니다. 투칸에 물린 블라델리우스는 메리디안보다는 나았지만, 스베2에 물렸을 때보다 훨씬 플랫하게 들립니다. 최근에 DSD 때문에 집어온 카푸치노를 투칸에 물려보았는데, 결과는 동일합니다. 의외로 투칸이 모든 소리를 전부 자신의 음색으로 바꾸어버리면서, 전체적으로 소리를 밋밋하게 만들어 버리네요. 켤국 메리디안을 투칸에 물리려는 계획은 포기하였습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며칠동안 강제 번인하고 나니 헤드폰을 메리디안에 직결한 소리가 의외로 너무 좋습니다. 스베2+블라데리우스나 스베2+카푸치노에 비해서 크게 밀리지 않습니다. 셋 중에서 블라가 중간 정도 특성의 소리를 내어줍니다. 소리가 막힌 느낌이 없으면서도 끝단이 동글동글한 중립적인 이쁜 소리를 내어줍니다. 이에 비해 메리디안은 잔향감이나 배음이 더 풍부하게 나와서, 조금 과장스럽게 채색된 소리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현이나 기타, 보칼 등은 훨씬 재미있게 들립니다. 피아노 소리는 역시 블라가 좋습니다. 이에 비해 카푸치노는 전체적으로 음이 아래로 내려와 있으면서, 조금 답답하게 들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중고를 들였지만 충분한 에이징이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아서 콩밭님이 보내주신 캐스케이드 파일로 며칠 동안 강제 번인을 시켰습니다. 답답한 느낌은 조금 줄었지만, 소리의 전반적인 특성은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비유를 하지면, 카푸치노는 꾸미지 않은 무뚝뚝한 아저씨이고, 블라는 단정한 중년의 신사, 메리디안은 세련된 20-30대 같습니다.

 

메리디안을 중심으로 며칠 동안 계속 비청을 하면서 음악을 듣다보니, 연구실에 두고 쓰는 투칸과 b&W의 mm-1에 손이 가지 않아 결국 방출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dsd 때문인지 중고로 dac들이 쏟아져 나오는군요. 그 중에 dp1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거의 충동적으로 dp1을 들여온 다음에, 어느 놈을 내 보낼지를 두고  블라, 카푸치노, dp1을 비청해 보았습니다. 비청은 헤드폰이 아니라, 거실에 있는 B&W804S와 플리니우스 인티앰프로 구성된 메인 시스템을 이용했습니다. (헤드폰으로 들었을 때에도 거의 같은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결과는 DP1의 압승입니다. 해상도나 음악적 표현력 등 모든 점에 있어서, DP1이 한 급수 위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디자인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떤 분들은 DP1의 디자인이 이쁘다고 하시는데 도저히 동의할 수 없습니다.^^), 눈이 번쩍 뜨이는 소리가 나는군요. 에미 후지타의 데스페라도를 듣는데, 마누라가 바로 앞에서 노래하는 것 같다고 평합니다. 일부에서는 헤드폰단이 별로이고 공간감이 줄어든다는 평이 있던데, 저는 헤드폰단도 대단히 훌륭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공간감에서도 아직 큰 문제를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일단 DP1을 연구실의 헤드파이용으로 결정하고 난 다음에, 블라와 카푸치노가 경합을 벌였습니다.

 

블라와 카푸치노의 우열은 참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블라가 가격대비 정말 우수하다는 것이고(덩달아 메리디안도), 카푸치노의 경우 세간의 평에 약간의 과장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블라는 탁 트인 소리가 나면서 약간은 중립적인 느낌의 음색입니다. 카푸치노는 이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약간 답답한 느낌은 있지만, 중저음 위주의 선이 굵은 소리가 나면서 분명 매력은 있습니다. 선곡에 따라서 블라가 더 낫게 들리기도 하고, 카푸치노가 더 낫게 들리기도 합니다. 특히 피아노는 블라, 굵은 첼로나 째즈 소리는 카푸치노가 좋고 그러네요.

 

결국 마지막 판정은 블라를 내보내고 카푸치노를 계속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이는 어떤 것이 더 우열해서가 아니라, 블라는 이미 1년동안 충분히 들었으니, 카푸치노의 새로운 매력을 찾아보자는 생각때문입니다. 카푸치노는 아직 충분히 에이징이 되지 않은 것 같고, 파워선에 따라 음색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사족: 카푸치노를 통해 DSD를 들어보았는데, 일반 flac 음원의 경우 그냥 와사피나 jplay로 듣는 소리가 dsd보다 훨씬 좋습니다. dsd로 들으면 소리가 밋밋해져 버립니다.  DSD 음원을 들어보아도 pcm음원에 비해 크게 낫다는 느낌이 없네요. 요요마의 엔니오 모레꼬네 음반의 dsd 음원이 있어서, flac 음원과 비교해 보았는데, 단정해지는 느낌은 있지만 소리의 풍성함이 사라져버립니다. 다시 마누라왈, 오케스트라 소리가 날때 flac에서는 여러대의 현악기가 연주하는 것 같은데, dsd는 한대의 악기만 연주하는 것처럼 들린다네요.^^ 

 

'디지털 라이프' 카테고리의 다른 글

Linn Sneaky DS 설치기  (0) 2014.04.21
네임 Dac 그리고 사라지다  (0) 2013.04.18
Meridian Explorer USB Dac 사용기 2부  (0) 2013.03.24
메리디안 익스플로어 사용기 1부  (0) 2013.03.22
헤드폰 비교 청음  (0) 2013.03.18
Posted by deanim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