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는 아무래도 방음 문제 때문에 음악을 듣기가 곤란하다. 연구실에서 PC-Fi를 하려면 아무래도 헤드폰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런데 쓸만한 헤드폰의 가격들이 만만찮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던 중, 문득 아버지가 생전에 헤드폰도 사용했었다는 기억이 났다. 설날에 고향에 가자마자 아버지가 사용하던 헤드폰을 찾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나무박스에 고이 모션둔 헤드폰 하나가 나온다. 상자를 열어보니 그라도의 RS-1이라는 놈이다. 지금도 가격이 80만원 가까이 되는 레퍼런스급 헤드폰이다. 역시 아버지다운 선택이다. 그런데 오래 사용하지 않고 방치되어 있다보니, 스펀지로 된 이어패드가 모두 삭아버렸다. 일단 스펀지를 전부 걷어내고, 아쉬운대로 Q1U에 물려서 음악을 들어본다. 컴퓨터에서 그냥 나오는 소리인데도, 예사롭지가 않다. HD-1에 물려보면 어떤 소리가 날까? 설이 지나고 파주로 돌아오자마자, 용산으로 직접 가서 이어패드를 사 끼운 다음, HD-1에 물렸다. 기대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역시 멋진 소리가 나온다. 설 지나고 배송되어 온 젠하이져의 PX-100을 끼고 비교를 해 보았다. 당연히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 젠하이져는 아직 에이징이 안되어서 그런지 몰라도 저음만 벙벙거리고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PX-100과 RS-1을 비교한 것이 너무 심했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 HD-1을 하나 더 사서 연구실 컴퓨터에 물리고, 학교에서는 이 놈으로 음악을 들으면 되겠다. 말하자면 아버지의 유품이다. 2년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생전 모습을 생각해 본다. 돌아가신 아버지 덕분에 이제 내 귀가 호강
을 하게 생겼다.


Posted by dean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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